언론과 정치의 관계 – 이상과 현실
민주주의에서 언론은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흔히 '언론의 자유' 혹은 '제4부(第四府)'라고 표현하죠. 그러나 현실은 종종 이상과 거리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언론환경은 정치권과의 밀접한 관계, 때로는 그로 인한 갈등과 왜곡으로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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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왜 독립되어야 하는가?
정치와 언론이 유착되면 언론의 기본 기능인 권력 감시, 진실 보도, 공공 이익의 대변이 훼손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주도하고 다수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공공재 역할을 합니다.
- 언론이 특정 정치 세력의 도구가 되면 국민의 판단이 왜곡됩니다.
- 정책 비판 기능이 약화되어 부패나 독단적 국정 운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특정 집단의 이익에 편향된 정보 제공으로 사회 갈등이 심화됩니다.
현실은? 정치와 언론의 복잡한 유착
이상적인 원칙과 달리 한국 사회에서 언론은 종종 정치권력의 영향 아래 놓여 왔습니다. 특히 공영방송은 국가 재원과 법적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권 교체 시마다 '언론 장악 시도'라는 비판이 반복되었습니다.
1) 인사 개입
공영방송의 사장, 이사장, 보도국장 등 주요 보직에 대해 정권 친화적 인사 임명 시도는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방송법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사 추천 구조가 정치적 개입의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2) 편성 개입
정치적 민감 사안이나 권력 비판적 보도에 대한 외압도 지속적으로 존재해왔습니다. 이는 프로그램 폐지, 특정 진행자 교체, 보도 축소 등으로 나타났으며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왔습니다.
역대 정권의 공영방송 개입 사례
정치 권력에 의한 언론 통제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더욱 노골적이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박정희 정권 (1961~1979)
- 언론기관 통폐합 시도: 박정희 정권은 1970년대에 들어 언론의 통제를 본격화하며 일부 언론사를 폐쇄하거나 통폐합을 추진했습니다. 특히 YTN의 전신이 되는 TBC(동양방송)는 이후 전두환 정권에서 KBS에 통합됩니다.
- 긴급조치와 검열: 유신헌법 체제 하에서는 긴급조치 명령을 통해 언론 보도를 사전 검열했습니다. 정부 비판은 사실상 금지되었고, 보도 지침이 하달되는 등 언론 자유는 거의 없었습니다.
- 정보기관의 언론 감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는 기자 개인을 감시하거나 편집 방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2) 전두환 정권 (1980~1988)
- 보도지침 제도화: 언론통폐합(1980) 이후, 문공부(현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각 언론사에 일일 보도지침을 하달했습니다. 이는 '언론 백서'를 통해 사후에 밝혀졌고, 명백한 언론 통제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 언론통폐합: 1980년 ‘언론정화조치’를 통해 TBC, DBS, 동아방송 등을 KBS와 MBC에 강제로 흡수·합병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언론사 수는 급격히 줄었고, 방송 제작의 다양성은 사라졌습니다.
- KBS·MBC를 정권 홍보 수단으로 활용: 주요 뉴스 보도는 정권 치적 위주로 구성되었으며,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정부 비판적 발언이 차단됐습니다.
이후 반복된 언론개입 논란
이후 민주화 이후 정권에서도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언론 인사와 편성에 대한 개입 의혹이 지속됐습니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는 달리 법적·제도적 절차와 여론의 감시가 함께 작동하는 복잡한 양상으로 변화되었습니다.
※ 주의: 본 글에서는 주제를 박정희·전두환 정권 중심으로 다루었으며, 이후 정부의 개입 사례는 생략하였습니다. 이는 당시가 언론 통제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민주주의적 언론 자유 개념이 크게 훼손된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은 어떻게 공영방송의 정치 개입을 막고 있을까?
정치 권력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공영방송 운영에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방송 독립성을 고민할 때, 이들 나라의 제도는 유용한 참고가 됩니다.
1) 영국 – BBC의 독립적 운영 구조
- BBC 왕립헌장(Royal Charter): BBC는 영국 정부가 부여하는 왕립헌장에 따라 운영됩니다. 이 헌장은 10~11년마다 갱신되며,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운영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 BBC 이사회 구성: 비상임 의장과 이사들은 공공 모집과 독립 심사 절차를 거쳐 임명되며, 정부의 개입은 제한됩니다.
- 수신료 재원 구조: 정부 예산이 아닌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어 편성·편집의 독립성이 보장됩니다.
2) 독일 – 분권적 방송 구조와 법적 독립성
- 연방구조에 따른 지역방송 중심: 독일은 ARD, ZDF 등 공영방송이 각 주(州)의 방송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중앙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습니다.
- 방송조약(Rundfunkstaatsvertrag): 각 주 정부 간 협약으로 공영방송 운영의 원칙이 정해져 있으며, 정치권력의 영향은 제도적으로 차단되어 있습니다.
- 시청자 대표 이사회: 시민·종교계·노동계 등 다양한 사회 단체가 이사회에 참여하여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감독합니다.
3) 일본 – NHK의 준공영 모델
- NHK 운영위원회: 총무성 장관이 지명하지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임기 동안 정치적 간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편성의 독립성 보장: NHK법 제3조는 편성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금지하며, 실제 사례로도 비교적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습니다.
- 수신료 중심의 재원 구조: NHK도 시청자 수신료가 주요 재원이 되어 정부 예산 의존도를 줄입니다.
4) 미국 – PBS는 정부가 아닌 지역 기반 비영리 네트워크
- PBS(공영방송서비스): 연방정부 소유가 아닌, 각 지역 방송국이 연합하여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 CPB(공영방송공사)의 중립성: PBS에 일부 재원을 제공하는 CPB는 법적으로 정치적 간섭을 받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 다양한 민간 재원: PBS는 기부, 스폰서십, 기금 등을 통해 운영되며, 정부 예산에 대한 의존도가 낮습니다.
시사점
선진국 공영방송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치권으로부터의 편성 및 인사 독립성 확보
- 재원을 국민 수신료 또는 민간 후원으로 확보하여 정부 예산 의존도를 최소화
- 다양한 시민사회 대표가 이사회나 감독기구에 참여
- 운영 원칙을 명시한 헌장 또는 협약을 통해 법적 독립성을 제도화
한국 역시 이러한 모델들을 참고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구조적 개혁과 시민 참여 확대가 필요합니다.
정치적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정치와 언론의 건강한 거리는 민주사회의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논의되어야 합니다.
-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방식의 정치적 중립화 – 현재 여야 추천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사회·전문가가 참여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 언론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 제정 – 언론 자유 침해 시 제재와 보호를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 시청자위원회 및 옴부즈맨 제도 실효성 강화 – 외부 감시체계를 통한 방송의 자율성과 투명성 제고
언론은 단순히 뉴스를 전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국민의 생각을 형성하고, 권력을 감시하며,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둥입니다. 정치권은 언론을 지배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하며, 시민은 언론의 자유가 곧 자신의 자유임을 인식하고 이를 지키는 데 동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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